2007년 11월 23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주장의 허상 (3) - 실현 불가능한 실현방안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주장의 허상 (2) - 그들이 말하기를...
만약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의 사람들이 진지하게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해봤다면,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의 실현 방안에 앞서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했을 겁니다. 대학 교육에 대해서라면...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든 대학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좋은지 또는 대학 별로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정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학 교육을 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초 교육으로 볼 것인지, 산업현장에 투입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볼 것인지, 폭넓은 교양교육으로 정의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대학교육을 단순하게 하나의 카테고리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그런 것이 전혀 없어요. 그저 "선진국은 평준화한다더라"는 일방적인 주장과 함께 실현 방안이란 것만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마저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어서, 도대체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그들의 실현방안 중 두가지만 보겠습니다.
실현방안 대학평준화의 실현 방안
실현방안1. 대학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실현방안2. 부실 부패 사립대학을 국공립대학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실현방안3. 현행 입시 제도를 폐지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실현방안4. 통합전형, 통합이수, 통합학위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실현방안5. 대학평준화 추진과 함께 학력 학벌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적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실현방안6. 대학평준화 정착기에는 고교졸업자격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실현방안] 1. 대학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대학평준화가 이루어지기 위한 첫 번째 전제는 ‘좋은 대학’, ‘나쁜 대학’의 차이를 없애는 것, 즉 대학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대학 여건이라면 입시가 없어지고 학벌사회가 타파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대학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작업, 즉 ‘상향평준화’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대 등 몇몇 대학에 집중되어 있는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대학으로 돌려야 합니다. 단지 학교 시설에 대한 지원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교수를 정규직 교수로 전환시키고 대학마다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GDP 대비 0.5%에 불과한 고등교육 분야의 재정 지출액을 OECD 국가의 평균 지출 비율인 1%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의 모든 대학의 교육 여건을 현재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상향평준화’의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현방안] 2. 부실 부패 사립대학을 국공립대학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대학평준화 정책, 그리고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학의 비율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사립대학의 비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거점에 국공립대학을 신설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 모집조차도 어려운 부실 사립대학,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부패 사립대학을 국공립대학으로 전환하여 국가의 관리 하에 건실한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선 국공립대학부터 평준화 정책을 적용하고, 이후 사립대학 역시 평준화 체제에 편입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재정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러나 치열한 대학입시경쟁 속에서 연간 30여조 원의 사교육비를 전사회적으로 낭비하는 것보다 대학평준화를 통해 소모적 사교육비의 수요 자체를 없애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이롭습니다. 또한 연간 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개개인이 부담하는 것보다 이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1. 사립대를 국공립대학으로 전환
이것이 제일 황당한 주장입니다. 일단 국공립대학 전환 대상인 사립대학을 "부실 사립대학,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부패 사립대학"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학벌을 타파하자는 양반들이 대부분의 수도권 사립대는 건드리지 말자고 합니다. 결국 학벌 및 대학서열화는 그대로 유지하되, 서울대를 배제한 서열화 체제로 재편성하자는 말인가요? 혹시... 연고대에서 돈 받아먹은 알바들?
모든 사립대를 국공립화하자는 주장이었는데 급하게 써갈기다보니 실수한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전국에 사립대가 몇개나 있는지요? 예전에 200 여 개 정도로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김영삼 정권 당시 대학교 설립을 쉽게 해줘서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대학정원의 합이 고교졸업자보다 많습니다. (그런데도 저 양반들은 국공립대를 또 신설하잡니다. 기가 막히네요.) 그 많은 사립대를 무슨 수로 국공립화 한답니까. 사교육비를 끌어넣는다구요? 신문에서 애들 사교육비 때문에 파출부 일을 해야 하는 엄마의 사연 읽으신 적 있으실 줄 압니다. 입시를 폐지해서 사교육이 필요없을 거라더니, 그래서 저 아줌마 파출부 일을 안해도 되나보다 했더니, 이젠 사립대를 국공립화하고 등록금을 공동부담하기 위한 세금 때문에 다시 파출부 일나가야겠습니다. 그것도 한 군데 일자리 정도로는 부족하겠는데요... 과연 국민들 중 그 엄청난 세금부담을 몇 사람이나 동의해주겠습니까?
좋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어마어마한 세금부담에 동의해준다 칩시다. 돈이 철철 넘쳐 썩어날 지경이라 합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립대학을 무슨 수로 정부가 인수한답니까? 사립대학이 설립자의 사유재산은 아닙니다. 대학을 설립하는 순간 학교법인의 재산으로 전환됩니다. 소유가 개인에서 법인으로 바뀌긴 하였지만, 사유재산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인수하겠다는거죠? 법인의 이사회에 돈을 주고 운영권을 인수하나요? 그럼 그 돈은 이사회 멤버들이 나눠 갖습니까? 이미 사회에 환원되어 학교법인의 자산인 학교를 누구에게 돈을 주고 인수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관선이사가 파견된 곳은요? 관선이사들이 돈받아 나눠갖는 건가요? 아니면 관선이사가 파견될 정도로 부정하게 운영했던 설립자가 챙기는 건가요?
또 좋습니다. 사립대학을 인수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칩시다. 사립대학 법인들이 학교 내놓지 못하겠다면 어쩔 겁니까. 군대를 동원해서 강제로 접수할 건가요? 중부 이남 소도시의, 학생 충원율이 30%도 안된다는 일부 사립대의 경우라면 국공립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외 어느 대학법인이 학교를 내놓을까요. 저 안을 실현시키려면 헌법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학법인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공권력 또한 필수구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대학의 국공립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강력한 파쇼정권 설립이 실천의 전제조건이란 겁니다. 도대체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2. 대학의 상향평준화
대학평준화를 해도 학생들이 서울로 몰려들텐데, 서울 소재 대학의 지원금을 낙후된 지역의 대학으로 돌리면 모두 해결된답니다. 낙후된 지역의 대학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얼마가 들지, 그동안 지원이 없는 서울 소재 대학은 어떤 방법으로 실험실습 및 연구기자재를 구입하고 교육 수준을 유지하여 살아남는데 성공할지, 아무튼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만... 별 문제 없이 그렇게 했다고 칩시다. 그럼 정말 학생들이 낙후된 지역의 대학으로 가준답니까? 현재 중부 이남의 소도시나 읍단위의 지역에 신설 사립대학이 꽤 있습니다. 시설도 열악하고 학생충원도 어렵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학들... 시설 확장하고 필수 기자재 구입하고 좋은 교수들 충원만 해주면, 수도권 사는 학생들이 그 시골 구석으로 가준답니까?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정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가줄까요? 투자비용만 날리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합니다. 경제력의 상당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문화적 혜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 양반들... 시골에 있는 학교의 시설만 좋게 해주면, 젊은 친구들이 수도권에 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시골로 갈 거라고 합니다. 말이나 되는 얘기인지... 혹시, 적어도 시골 대학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가줄 거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마 기숙사비 충당할 돈만 있으면 대도시에 있는 대학으로 갈걸요? 저 양반들은 사람들이 왜 생활비가 더 비싼 대도시로 몰려드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나봅니다. 모든 대학에서 같은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해주면 어디든 골고루 가줄거라 기대하나본데, 정말 순진한 건지 혹은 실현불가능한 걸 알긴 하지만 원래 의도가 교육제도 개선에 있지 않아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3. 기타
크게 중요한 사안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교수를 정규직 교수로 전환해준답니다. 홈페이지 여기 저기 둘러보면, 교육과 관련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낚기 위한 떡밥들이 굴러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입시의 당사자인 고등학생 낚기 위한 떡밥, 중고교 교사들을 낚기 위한 떡밥 등등. 저건 비정규직 교수, 즉 시간강사를 낚기 위한 떡밥이군요. 모든 시간강사를 전임교수로 전환해준다는 겁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그럴 듯 한데... 그럴까요? 대학에서 교수를 뽑을 때 연구성과나 경력 등을 평가합니다. 요즘은 연구성과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어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논문 만을 인정해주는 대학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강사를 뽑는 기준은 그와 다릅니다. 특정 강의를 전담해줄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과목에 대한 전공분야가 가장 중요합니다. (강의시간에 맞추어 와줄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구성과를 보고 뽑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일단 시간강사에 발을 담근 사람들은 모두 전임교수로 전환해준다니, 시간강의 하시는 분들 많이 낚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강사분들 모두 전임교수로 뽑아주다보면, 좋은 연구성과를 가진 분들을 교수로 뽑을 자리가 없을텐데 그건 별 문제가 아닌가보죠? 하긴... 원래 저 양반들 목적이 교육제도 개선은 아닌 것 같던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만은...
(To be continued)
# by | 2007/11/23 10:39 | 세상 사는 이야기 | 트랙백



